요즘은 누구나 키보드만 있으면 언론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SNS, 블로그, 유튜브,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글을 쉽게 올릴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말 한마디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그 사람도 나한테 먼저 뭐라고 했잖아."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왜 고소를 당해?"
이런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글은 현실적인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무엇이 다르고, 언제 처벌되는지,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명예훼손 vs 모욕, 둘은 어떻게 다를까?
인터넷에서 상대방에게 불쾌한 말을 하거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면 대부분 ‘명예훼손죄’ 혹은 ‘모욕죄’로 분류됩니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처벌 요건과 형량, 입증 기준이 다릅니다.
✅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야 성립
- **공연성(공공장소 또는 제3자에게 전파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 필요
-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내용이면 해당
📌 예시:
- “저 사람 예전에 횡령으로 조사받았대.” (사실이라도 명예훼손)
- “그 블로거 예전에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더라.”
- “직장 상사 A는 성추행 전과가 있다.”
※ 사실이더라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 모욕죄(형법 제311조)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사실’이 아닌, 막연한 경멸, 욕설, 비하의 표현
-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언행이 중심
- 명예훼손보다 입증이 쉬움
📌 예시:
- “그 인간은 쓰레기야.”
- “지능 딸려 보임.”
- “OO같은 XX는 사회에서 사라져야지.”
두 죄 모두 **공연성(공공의 장소 또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이루어졌는가)**가 중요합니다.
단 둘이 있는 카톡방에서 한 말은 공연성이 없어 성립이 어렵지만, 단체 채팅방, 오픈 커뮤니티, SNS 글, 유튜브 영상 댓글 등은 거의 대부분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2. 사실을 말했는데 왜 죄가 되나요? – 명예훼손에 대한 대표적 오해
인터넷 사용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뭐가 문제야?”
하지만 대한민국 형법은 진실이라고 해도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사유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행위라도,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
즉, 다음 요건을 충족해야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면책될 수 있습니다.
- 적시한 내용이 진실일 것
-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일 것 (개인의 감정·보복 목적이 아님)
- 필요 이상으로 인격을 깎아내리지 않았을 것
📌 예시:
- 유튜버가 유명 병원의 의료사고를 사실 기반으로 폭로함
→ 공익 목적 인정될 수 있음
반면에,
- “전남친이 바람폈음. 그 놈 회사는 OO이고, 나한테 OO해줬다.”
→ 사적 감정에 기반한 폭로, 공익 목적 인정 어려움 → 형사처벌 대상
🛑 대표적인 오해들
- ❌ “그 사람도 먼저 욕했어요.”
→ 맞대응으로 같은 수준의 욕을 했다면, 쌍방 고소 모두 성립할 수 있습니다. - ❌ “지워달라면 지웠어요.”
→ 글을 삭제했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되면 이미 죄는 성립된 상태입니다. - ❌ “닉네임만 썼는데요?”
→ 특정인이 객관적으로 유추 가능하다면 실명 언급 없이도 성립 가능
3. 고소당했을 때 or 고소하고 싶을 때 – 현실적인 대응법
인터넷 명예훼손 및 모욕죄는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습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일부 개정되어, 허위사실 유포 등 중대한 경우는 고소 없이도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해자의 고소 없이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 고소당한 경우 –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절대 혼자 대응하지 말 것
→ 경찰 조사 전, 발언이나 게시글의 사실관계와 의도, 공개 범위 등을 정리해야 합니다. - 악의적 의도 없음을 강조
→ 단순 표현, 감정적 대응, 우연한 일시적 분노라는 점을 설명 - 적극적인 합의 시도
→ 초범이거나 합의가 이뤄지면 선처 가능성 높음 - 경찰 조사에서 인정하거나 반성문 제출
→ 인정하지 않고 태도를 공격적으로 취하면 오히려 불리 -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
✅ 내가 피해자라면 – 고소할 수 있는 조건
- 캡처, 저장 등 증거 수집
→ 게시글, 댓글, 타임스탬프, 아이디 등 포함
→ 증거는 가급적 원본 그대로 보존 - 신고만으로는 부족, 고소장을 작성해야 함
→ 가까운 경찰서 방문 또는 사이버수사대에 접수 - 게시자 정보가 불명확한 경우
→ 통신사나 플랫폼에 정보공개 청구 가능 - 법적 대응 전, 상대방에 사전 경고도 방법
→ 내용증명이나 경고 메시지를 통해 자진 삭제 유도
마무리: 말은 쉽게 하지만, 책임은 무겁다
디지털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소중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타인의 권리와 인격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지켜질 수 있습니다.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뱉은 말이라도,
“그냥 댓글 달았을 뿐인데요?”라는 말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팩트라고 해도,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될 수 있고
감정적으로 던진 말 한마디가 모욕죄로 번질 수도 있는 시대.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에서도 존중의 언어를 쓸 책임이 있습니다.